[비트코인 연대기 #8] 크립토 윈터: 얼어붙은 땅 밑에서 싹튼 혁명의 씨앗

지난 글에서 우리는 2017년의 광기 어린 폭등과 그 뒤를 이은 처참한 붕괴를 다뤘다. 2018년 초,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고, 사람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조정이라 믿으며 소위 물타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기나긴 터널의 입구였다. 이후 약 2년 넘게 이어진 이 시기를 우리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즉 암호화폐 겨울이라 부른다.


1. 박상기의 난과 잔인한 폭락의 서막

한국 투자자들에게 2018년 1월 1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규제 의사를 밝히자,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국 시장이 급랭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박상기의 난이라 불리는 이 사건 이후,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알트코인이 하루아침에 30~50%씩 폭락했다.

환희로 가득했던 커뮤니티는 비명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2,8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그해 말 3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고점 대비 80% 이상의 하락. 90% 이상 폭락한 알트코인들은 셀 수도 없었다. 주류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트코인의 사망 진단서를 끊었고, 대중은 비트코인을 사기 혹은 도박으로 치부하며 시장을 떠났다.


2. 가짜들의 몰락과 생존자들의 고독한 싸움

2017년 ICO 열풍을 타고 백서 한 장으로 수천억 원을 모았던 프로젝트들은 이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 개발 자금은 바닥났고, 팀원들은 흩어졌으며, 상장 폐지 통보가 빗발쳤다. 시장에는 오직 공포와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투기꾼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이들이 있었다. 바로 비트코인의 본질을 믿었던 빌더(Builder)들이었다.

이들은 가격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았다.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동안에도 코드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었고, 네트워크의 보안을 책임지는 해시레이트는 오히려 견고해졌다. 사람들의 눈에 비트코인은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온체인 데이터는 비트코인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투기가 걷힌 자리에 비로소 기술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3. 얼음 밑에서 흐르기 시작한 새로운 강물: 디파이(DeFi)의 탄생

크립토 윈터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바로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의 태동이다. 2018년과 2019년의 지루한 하락장 속에서, 중앙화된 기관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만으로 대출과 교환이 가능한 프로토콜들이 조용히 기틀을 잡았다.

오늘날 디파이의 상징이 된 유니스왑(Uniswap)과 컴파운드(Compound), 메이커다오(MakerDAO)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 혹독한 겨울 속에서 싹을 틔웠다.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고 거래소들이 신뢰를 잃어갈 때, 이들은 코드로 구현된 신뢰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훗날 2020년 디파이 서머(DeFi Summer)라고 불리는 대폭발은 사실 이 암흑 같은 겨울 동안 준비된 결과물이었다.

비트코인 역시 이 시기에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를 통해 결제 속도와 확장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저장된 금을 넘어 실제 유통되는 화폐로 기능하기 위한 기술적 토대가 이 시기에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4. 기관의 눈을 뜨게 한 인고의 시간

대중이 비트코인을 쓰레기라고 조롱할 때, 영리한 기관들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델리티(Fidelity) 같은 거대 금융 기업이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를 준비하고, 백트(Bakkt) 같은 선물 거래소가 설립을 시도한 것도 이 시기다.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80% 폭락하고도 네트워크가 멈추지 않고, 오히려 해시레이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비트코인은 사라질 신기루가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견고한 자산이라는 것을 말이다. 개미들이 공포에 질려 던진 물량은 서서히 대형 자본가들과 고래들의 지갑으로 이동했다. 겨울은 누군가에게는 파멸이었지만, 준비된 이들에게는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마무리하며: 겨울은 성장을 멈추는 시간이 아니다

크립토 윈터는 비트코인 생태계에 있어 꼭 필요한 정화 과정이었다. 거품에 취해 본질을 잊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무엇이 진짜 가치인지를 뼈저리게 가르쳐주었다. 투기꾼은 떠나고 건축가는 남았다. 가격은 멈춰 있었지만, 가치는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었다.

트레이딩룸은 시세의 잔파동보다 자산의 내재 가치가 쌓여가는 긴 호흡을 중시한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 암흑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데이터를 읽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길었던 겨울을 끝내고 전 세계를 뒤흔든 또 다른 변수, 코로나19 팬데믹과 무제한 양적 완화가 비트코인에 어떤 날개를 달아주었는지 다뤄보겠다.

[비트코인 연대기 시리즈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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