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연대기 #7] 2017년의 광기: 모두가 코인 전문가가 되었던 축제의 기록

지난 글에서 우리는 비트코인 내부의 치열한 내전이었던 블록 사이즈 전쟁을 다뤘다. 이 전쟁을 통해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분열의 아픔을 겪은 직후 비트코인은 유례없는 폭등장에 진입하게 된다. 2017년은 비트코인이 암호학자들의 전유물을 넘어 길거리의 평범한 시민들까지 거래소 앱을 켜게 만든, 말 그대로 광기의 해였다.


1. 1,000달러에서 20,000달러로: 멈추지 않는 수직 상승

2017년 초, 비트코인의 가격은 약 1,000달러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이 연말에 2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모든 의구심을 비웃듯 치솟았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이때다. 해외 거래소보다 한국 거래소의 가격이 20~30% 이상 비싸게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점심시간 식당마다 주식 대신 코인 이야기를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고,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전공 공부 대신 차트 공부가 유행처럼 번졌다.


2. ICO 열풍: 백서 한 장으로 수천억을 모으다

2017년 광풍의 또 다른 주역은 이더리움(Ethereum)과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자산 공개)였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백서(Whitepaper) 한 장만을 들고 투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제2의 비트코인, 제2의 이더리움을 찾겠다는 열망으로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수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당시 진행된 ICO 프로젝트의 90% 이상은 실체가 없거나 단순한 사기에 가까웠다. 기술적 구현보다는 마케팅과 상장 펌핑에만 혈안이 된 시장은 서서히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3. 튤립 광풍인가, 새로운 금융의 탄생인가?

가격이 오를수록 주류 경제학자들과 정부의 경고 수위도 높아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에 비유하며 곧 거품이 터질 것이라 경고했다. 정부는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거래소 폐쇄설이 돌 때마다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믿음은 단단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대의 화폐이자 검열 불가능한 금융 인프라로 보았다. 거품 논란과 혁신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던 2017년 말, 비트코인은 마침내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선물 상품으로 상장되며 제도권 진입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이 광기의 정점이자, 기나긴 겨울의 시작이었다.


4. 광기가 남긴 상처와 교훈: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2018년 초, 거품은 거짓말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2,000만 원을 넘보던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수많은 ICO 코인들은 상장 폐지되거나 휴지 조각이 되었다. 환희에 찼던 단톡방은 비명으로 가득 찼고, 코인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2017년의 광기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대중의 광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 비로소 가짜와 진짜가 구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백서로 돈을 모으던 이들은 사라졌지만, 그 와중에도 묵묵히 기술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던 프로젝트들은 살아남아 오늘날 디파이(DeFi)와 NFT의 초석이 되었다.

광기에 취해 방향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남들이 환호할 때 오히려 리스크를 살피는 법. 2017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가장 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하고 나서야 투자자의 루틴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마무리하며: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다

2017년의 폭등과 2018년의 대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구간이다. 이 시기를 거치며 비트코인은 단순한 실험에서 글로벌 자산으로 성장하는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겨울은 생각보다 길고 추웠지만, 그 추위 속에서 비트코인의 뿌리는 더 깊고 단단해졌다.

트레이딩룸은 시장의 소음보다 데이터와 역사가 말해주는 진실에 집중한다. 다음 글에서는 광풍이 지나간 후 찾아온 혹독한 빙하기, 암호화폐 겨울(Crypto Winter)을 버텨낸 사람들과 그 암흑기 속에서 싹텄던 기술적 진보들에 대해 다뤄보겠다.

[비트코인 연대기 시리즈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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